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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난초가 자라듯 아주 천천히, 변함없이 주님의 길을 밟아 갑니다
  작성자 : 홍보 작성일 : 2009-05-22 조회수 : 2450 회
 

난초가 자라듯 아주 천천히, 변함없이 주님의 길을 밟아 갑니다

-강용택 토마스 아퀴나스 선생님과의 대화-


지난 4월 23일 저녁 저희 홍보분과에서는 강용택 토마스 아퀴나스 선생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만나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저희를 직접 초대해주셨습니다. 오랜 신앙생활을 해온 것은 물론 20여 년 동안 본당주보에 만평을 그려 오셨던 형제님께서는 그동안 겪었던 이야기 보따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헤치기 시작했습니다.


# 하느님은 사랑이신 영원한 아버지


어떻게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까?


 

 제게 처음으로 하느님을 알려준 분은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닌 황금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가씨입니다.

 6.25 전쟁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군인이 되어 해병대의 요람지인 진해 해병교육단에서 복무할 때 일입니다. 얼굴을 마주치게 되면 수줍어하던 어린 군무원 아가씨가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여러 번 마주치게 되자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가씨가 제게 다음 주일에는 예배당에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종교가 없었고 해방된 공간에서 주변 분들의 좌경 이념으로 만연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가 가장 우월한 것으로 여겼음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는 무조건 아가씨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약속된 주일이 되어 군인교회에 난생 처음 나갔고 예배가 끝나자 아가씨는 성가대에서 내려 와서는 나를 반겼고 나는 어리벙벙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예배당에 다닌다는 소문이 영내에 번졌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후배 해병들이 저에게 접근했습니다. 후배는 예배당 말고 천주교를 택하라고 권했습니다. 교회에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처음 다가온 책이 윤형중 신부님이 쓰신 ‘가톨릭 신앙의 기초’라는 책입니다. 착한 후배, 이용규 군과 박종택 군은 아주 적극적으로 저를 개종시키는데 힘을 쏟았고 아직도 기도 중에 기억하며 소식도 듣곤 합니다.


 진해에서 시작된 신앙생활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겨우 주일미사 다섯 번 참례 하니 성모몽소승천대축일이 다가왔습니다. 나는 축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암송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과 영광송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신부님은 세례를 받으라고 강력히 권했고 저는 열심히 기도문을 외워서 4개월 후인 크리스마스에는 꼭 영세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군복차림이신 종군 신부님은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었고 나는 2등병조(부사관)이었기에 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리공부는 차차하고 우선 세례가 중요하다고 하시며 본명을 토마스 아퀴나스로 신부님이 지명해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1955년 8월 15일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꿈을 간직하고 살아온 화가/강용택 지음/발췌>


대부님은 어떤 분입니까?

당시 해병 1사단 부사단장 남상휘 미카엘님입니다.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고비(냉담)가 있었다면 언제입니까?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냉담 하는 사람들은 다 핑계가 있는데 나는 하느님을 해친 것이 아니라 제주어업무선국장  재직 시 공직단위책임자로서 본의 아니게 약 2년 여 동안 쉬었습니다. 핑계는 서울 출장이 많아서 직장 일에만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출장이 꼭 주일과 겹쳐 그것이 누적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허승조 신부님이 가정 방문으로 냉담을 즉시 풀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성경구절과 성가는 무엇입니까?


 많아요.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마태오 복음 5장 16절,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고요 성가는 ‘주님은 나의 목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신앙을 가져오면서 형제님이 느끼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엄청 어지신 분이지요. 누구든지 아주 나쁜 잘못을 한 자라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만하면 언제든지 보듬어 주시는 자상하시며 사랑이신 영원한 아버지이십니다.



# 주보 만평을 그려왔던 지난 시간들


 

 

어떤 동기로 주보에 만평을 그리게 되었습니까?


저의 전공은 만화가 아니라 순수회화 중에서도 한국화 구상 분야이지만 주임 신부님이 원하신 일이고 주보편집위원들의 권유로 ‘광양만평’을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년 넘게 그렸어요.



만평을 그릴 때는 어떤 것을 참고 하십니까? ‘어떻게 그려야지, 어떤 그림을 그려야지’ 생각하십니까?

물론 성경말씀이죠. Inspiration(영감)이 필요합니다.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요.



한주도 빠지지 않고 만평을 그리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만평을 그리는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까?


교회공동체 일이 아니면 도저히 참기 어려운 일이 가끔 있었습니다. 만평원본은 정사각형인데 장방형으로 화면을 변형 시켜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김창열 주교님의 얼굴이 홀쭉하게 인쇄되는 일등이었습니다.

 

 

해학을 살려 익살스럽게 표한하지 못한 점이 힘들기도 했지만 저는 영성적인 면에 비중을 더 두고 그렸습니다.



만평을 그리면서 언제 보람을 느꼈는지요?


평소에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형제나 자매님들이 만평을 이해하고 인사할 때 보람을 느꼈어요.


만평을 그만 그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는 언제입니까?

나이에서 오는 시력저하와 한쪽 눈이 난시 현상으로 작은 그림 작업이 힘들어졌고, 사전에 주임신부님께 만평에서 해방시켜 주실 것을 청원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가 연로한 것을 이해해주셨고 허락해주셨습니다. ‘만평을 그만 두면서…’라는 글을 본당 주보 ‘실로암’란에 실지 못한 점이 한 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오랜 신앙생활을 해온 나는


많은 시간 광양성당을 지켜봤을 텐데요 성당과 관련해서 추억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신앙경력은 해병대 6년, 제주중앙성당 25년 광양에 와서 28년, 합해서 54년 되었는데 신세대들이 봉사를 잘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50대 말경에 사목회장을 하고 싶었지만 하느님이 허락을 안 하시더라고요.^^

아끼는 묵주가 있었는데 성당에서 잃어버렸어요. 3일 동안 묵주를 찾을 수 없었어요. 어느 날 수녀님이 “토마스 형제, 눈 감으셔요. 손을 펴세요.” 양손을 폈어요. 내 손에 쥐어진 게 그 묵주였던 거에요. 수녀님께 “어떻게 제 묵주라는 것을 아셨어요?”라고 물었더니 “그동안 열심히 기도 하는 토마스 형제님을 눈여겨 봐왔어요.”라고 대답을 하셨어요. 수녀님과 내가 마음이 하나 되니까 성령이 포옹을 하더라고요. 목이 메더라고요. 그때 저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저는 대한항공을 많이 이용했어요. 대한항공을 타면 모닝캄이라는 대한항공 기내지를 볼 수 있었어요. 저도 모닝캄을 좋아해서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거기 보니까 그 수녀님의 작은 아버지 김수근 선생님의 작품, 88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이 모닝캄에 소개된 것을 봤어요. 김수근 선생님 사진과 함께 스타디움 사진이 실렸더라고요. 그것을 잘 간직했다가 성당에 가서 “수녀님! 눈을 감으세요.” 했더니 눈을 감더라고. 손을 펴라고 해서 수녀님 손에 모닝캄을 쥐어드렸어요. 수녀님이 “이게 뭐에요?”라고 묻길래 “걷어 보세요”라고 말했어요. 수녀님이 “어머~”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작은 아버지 사진이 나오니까 수녀님이 엄청 기뻐했어요. 저도 같이 기뻤어요.


요즘도 성당과 관련해서 활동하고 계신 모임이 있습니까?

할 것은 다 했어요. 사목회부회장, 총무, 구역장, 레지오 단원과 단장(6년 등) 19년, M.E., 꾸르실료 등을 했고 현재는 재속 프란치스코 형제회 종신 회원입니다.


요즘 성당을 다니면서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냉담자 없는 광양성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성당 교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잡초가 자라듯 단시일 내로 모든 것이 되는 양, 열 내지 말고 한란이 자라나듯 눈에 띄지 않게 꾸준히 아주 천천히 무덤까지 변함없이 주님의 길을 밟아 갑시다. 차츰차츰 신앙이 깊어가는 그런 신앙생활이 필요해요. 쉽게 말하면 막 열심히 하는 것처럼 하듯 하다가 2년이나 3년 버티다가 말아버리는 그런 신앙생활은 아니에요. ‘세례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데?’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신자들이 많아요.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세례 받은 이유를 모르니까 신앙생활이 오래할 수 없죠. 하느님을 알면 누구나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에요.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고요. 죽음은 끝장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거든요. 이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토마스 선생님은 신앙생활이 한참 짧은 저희에게 신앙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그 귀한 이야기들을 다 펼쳐 보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좋아하는 성경구절처럼 실천하는 신앙생활이 어떤 것인지, 긴 신앙생활동안 모범을 보이신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인지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좋은 말씀에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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